군자의 꽃

조회 수 2411 추천 수 0 2011.07.13 02:57:58
                                                                     갑사



날씨가 더워지니 연못에서는 연꽃들이 탐스럽게 피어난다.
연(蓮)은 군자의 꽃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나지만
그 속에 물들지 않고 항상 청정하다.

우리는 연꽃에서 많은 지혜와 교훈을 배운다.
첫째, 연은 커다란 잎과 꽃으로 모든 것을 다 포용한다.
연꽃은 온화하고 원만하다.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온해진다.
모난 것이 없이 보름달처럼 둥글고 박꽃처럼 환하다.
열대지방의 어떤 연잎은 워낙 커서 40키로까지 무게를 견딜 수가 있다고 한다.

작은 아이들은 그 위에 올라가서 잠을 잘 수도 있다.
연잎 위에서는 물속에서 수영을 하다 지친 개구리도 올라와 쉬고,
쉼 없이 날개 짓을 하며 하늘을 날던 잠자리도 와서 쉬며,
물새들도 와서 놀다 간다.

연잎 밑에서는 물고기들도 그늘 삼아 살고,
우렁이나 달팽이도 집 삼아 붙어서 산다.
그러나 연잎은 항상 변함없이 여여(如如)하다.

꽃이 피면 못의 시궁창 냄새는 모두 사라지고 연꽃 향기로 충만해진다.
그 향기는 은은하고 고고하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품성처럼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꽃 중의 왕이다.
어떤 분야에서 리더가 되려면 연꽃에서 배워야 한다.

연잎처럼 넓은 가슴과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연꽃처럼 은은한 향으로 주위 사람들을 감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그 조직은 잘 운영될 것이다.

둘째, 연은 냄새나는 진흙탕 속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연이 사는 물은 주로 흙탕물이다.
바닥은 진흙이고 물이 고인 곳에서는 물이 썩어서 악취가 나는 곳도 있다.
탁한 물속에는 모기 유충이나 병을 옮기는 달팽이들이 산다.
하지만 연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열악한 곳에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거기에 물들어 진흙으로 범벅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연은 흙탕물에 살지만 그곳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하고 고고하다.
요즘 사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다보면 노름을 좋아하는 친구도 만나고,
술 마시는 것을 낙으로 삼는 친구도 만나며,
싸우기 좋아하는 친구도 만난다.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도 만나고,
상종하기 싫은 사람도 만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어울러 살더라도 중심을 잘 지키고
자기만의 길을 갈 줄 알아야 한다.

친구가 노름을 좋아하니 그곳에 같이 빠져서 몇 년을 낭비하고,
다른 친구가 술을 좋아하니 또 그곳에 빠져서 몇 년을 보내고
이런 사람은 바른 삶을 산다고 할 수가 없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기의 비른 가치관을 가지고
중심을 잘 지켜나가는 삶이 중요하다.
우리는 진흙탕 속에 살지만 그 속에 물들지 않는 연에서 배워야 한다.

셋째, 연은 무소유를 지향한다.
연잎은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몸에 물기를 묻히는 법이 없다.
비는 내리자마자 또르르 굴러서 떨어지고 연잎 표면에는 물이 묻지 않는다.
간혹 연잎 가운데 움푹 파인 곳에 빗물이 조금씩 고이기도 하지만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고개를 숙여 미련 없이 비워버린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다 비워버린다.
연은 욕심이 담박하며 소욕지족(所欲知足)의 표본이다.
요즘의 공직자들을 보면 뇌물수수 같은 과다한 욕심으로 많이 물러난다.
공무 이외에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려다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욕심이 너무 많으면 넘치는 법이다.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킨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공직자는 늘 물러날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목민심서』에서 말하기를, ‘현명한 수령은 관청을
여관으로 여겨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이
문서와 장부를 깨끗이 정리해두고 그 행장을 꾸려두어,
항상 마치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가 훌쩍 떠나갈 듯이 하고,
한 점의 속된 애착도 일찍이 마음에 머무른 적이 없다.
’(『다산의 꿈 목민심서』, 김상홍 편저)고 하였다.
우리는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살 때 욕심이 적어지고 담박해지는 것이다.

넷째, 연은 버릴 것이 없다.
연뿌리는 우리 몸에 좋아 사람들이 식용으로 애용한다.
연잎과 줄기는 몸에 유익해서 차로 달여 마신다.
여름이 되어 꽃이 피면 그 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꽃이 질 무렵 그것을 따다가 차를 만들어 마신다.

풍류를 즐기는 어떤 사람들은 낮에 배를 타고 들어가
피어있는 꽃 속에 녹차를 넣어두고 나온다.
밤이 되면 연꽃은 봉오리를 닫는다.
꽃 속에 들어있는 차는 밤새도록 연향을 흡수한다.
다음날 해가 떠 연꽃은 다시 피고 풍류객은 배를 몰고 녹차를 수거하러 간다.
연꽃향이 가득 배어있는 녹차를 안개가 깔린 강 위에서 달여 먹는 맛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연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유익한 식물이다.
연은 자기의 모든 것을 다 털어서 아낌없이 주지만
반대급부로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도 세상을 살면서 이왕이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소금 같이 꼭 필요한 사람,
풍경 같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연은 절개가 있어서 자신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다.
수면에 늘어진 연잎은 모든 것들을 다 받아들이지만
일단 이파리가 물 위로 쑥 나오게 되면 그때부터는 함부로 범할 수가 없다.
줄기에는 작은 가시가 무수히 나 있어서 작은 벌레들이 함부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다.

또한 연잎에는 물방울이 묻지 않는다.
마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잎에는 묻지 않고 밑으로 흘러 떨어져버린다.
요즘 사회는 함부로 웃음을 팔고 자신의 정신과 사상을 판다.
지조는 간데없고 헤프고 경박한 웃음만 남아 있다.

전통과 절개와 지조는 간데없고 돈과 배경을 최고로 친다.
옛것은 무시되고 검증이 안 된 최신 것들만 판친다.
연은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품에 안는 꽃이지만,
자신의 몸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 절개와 줏대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온통 뒤범벅이 된 흙탕물이다.
그럴수록 중심을 곧게 세우고 정도(正道)를 찾아 가야 한다.
그러면 연꽃처럼 흙탕물 속에 살지만 그 속에 물들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_옮긴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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